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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음성 판정받았는데 자가격리 문자가 왔다-타임라인

by 센 블로그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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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4일

갑자기 일하다말고 우리를 주목 시킨 팀장님

같은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코로나 판정을 받아서

다들 오후반차를 쓰고 퇴근해서 검사를 받고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반차도 쓰고 내일은 공휴일이겠다. 그래 좀 쉬지 뭐~'

동료와 함께

오후 3시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검사소를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어디 건물인가 싶어서 여기 저기 왔다갔다 해보지만

아무리 지도랑 비교해봐도 건물이 안보이길래 지도를 다시 보니

지도상 초록색은 건물이아니라 풀밭이었던 거다

초록 벌판 한 가운데 천막이있었다.

검사 받는 시간이

5분~10분정도 걸렸나보다.

손세정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우고

내 정보 작성을 하고 면봉이들어있는 작은통을 받아서

유리창 너머 남자분에게 유리창에 달린 장갑을 끼운 손에

면봉통을 넘겨드리고

코를 대드렸다.

순식간에 훅들어왔다 (오웁 내 코구명;)

전혀 안아프다 면봉이 너무 깊게 들어간거 같은느낌 그게 다이다.

콧물이 목구멍쪽으로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 좀 남았다;;

그렇게 면봉통을 받아서 냉장고안에 순서대로 꼽아준뒤

장갑을 버리고 손세정제로 손을 닦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료가 하는말이 "이거 끝나려면 6년 걸릴 수도 있데요~"

"헉!6년...내년까지 생각은 했는데 6년 까지..라구요?

BTS콘서트가는게 소원이었는데...

못가보겠네요 ㅠ ㅜ"

주변이 번화가라 동료랑 같이 쇼핑하고 싶은 유혹도 물리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줄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 코로나가...


2021년 5월 5일 어린이날!

오전 9시에 음성판정 결과를 받았다.

'음~음~그럴줄 알았어.'

그리고 오후3시....

자가격리하라는 문자가 왔다.

ㅠ ㅜa why?

아마도 증상이 몇일 후에 나타날까봐 일단 격리 시키나 보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 직원과 이동경로가 같아서일까....그 직원 근처 자리에 앉아서 일까....

따로 만들어진 회사 카톡 채팅방 목록을 보니

그 주변 자리를 쓰는 몇명의 동료와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그 자리 근처 반경 1.5~2m 이내 책상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요즘 길에 사람이 없는건

다 나 처럼 격리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하루 코로나 환자 500명 나왔다면 아마 5000명 정도가 같이 격리되고 있는거겠지...?

멀리 살고 계신 엄마한텐 일단 말하지 마야지 괜히 걱정이 한다발이실라...

당일 저녁으로 내 책상 잡동사니들과 컴퓨터가 배달됬다.

얘기로만 들어봤던 재택근무를 하게된 것이다.

구석에 있던 멀티탭을 꺼내와

컴터를 부랴부랴 설치를하고 프로그램을 깔고

TV옆에- 인터넷공유기옆에- 노트북 옆에- 모니터옆에- 모니터......

전자파 가득한 컴퓨터 모니터들이 나를 감싸는 환경이 완성되었다.

코로나 걸리기 전에 전자파 때문에 잘못되는건 아니겠지....?;;;


5월 6일

자택근무 시작

담당 공무원님과 통화

이르지만 엄마한텐 자가격리는 비밀로 하고

어버이날 꽃배달을 미리 해드렸다.


5월 7일

담당 공무원께서 손소독젤,자가격리자 생활수칙 안내문,맨손체조 포스터 ,94마스크 10매

특수폐기물용박스와 특수쓰레기봉투 , 2주후 쓰레기 배출시 쓰레기에 뿌릴 뿌리는 살균 소독제

온도계가 없다 말하니 작은 온도계도 챙겨주셨다.

앱스토어에서 어플을 깔아 담당공무원 입력

온도 체크를 오전9시, 오후1시마다 꼭 해주셔야한다함

(온도가 54도 이하로 쓰거나 시간이 지나도 체크가 없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옴)

받은 온도계는 겨드랑이에 껴서 측정하는건데 버튼을 누른후 겨드랑이에 끼고 1분간 기다렸다가

삐비빅 삐비빅 소리가 났을 때 온도가 정확한거다.


5월 8일

구호식품이 도착했다.


5월 9일

2kg이 늘었다;;;라면 매일같이 먹으면...안되겠다. 이틀에 한번만 먹어야지;;;

운동도 해야겠다.;


5월10일

시냇물도 수돗물도 거리낌 없이 마시던 90년대에서

황사로 봄의 청량한 하늘을 잃어버린 2000년대에서

사람들이 공연장에 모일 수 없는 2020년대...

자칭 집순이마저도 답답해진 이 시대에서...

다들 집에 갇혀서 이대로 이렇게 삶을 살아도 되는 것일까...

10년 뒤면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거야...


5월 11일 (자가격리 일주일 째)

아침먹으면서 온도체크 ...어플에 온도랑 몸의 상태를 체크해주고

보는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근무를 한다는 느낌을 가지려고 화장을한다.

자꾸 끊기고 버벅되던 업무 프로그램에 이젠 당황 안하고 자연스레 다시 연결하고

점심먹으면서 온도체크...

걱정했던 것과 달리

어느 덧 자택근무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5월12일

자가격리하고 요기요 배달앱을 처음 써보는 것 같다.

평범한 밥 반찬이 너무 먹고 싶어서

백반집에서 계란찜백반세트랑 오징어볶음을 시켰다.

백반집하면서 생각이 났다.옛날 어려웠던 생각이 나면서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며 엄마의 온몸으로 버텨내온 세월을 돌이켜보게 된다.

정말 계절 하나, 물건 하나, 음식 하나, 음악 하나에 연결되는 좋은 추억을 많이가지고 있어야하는 것 같다.

자가격리 하다보니 정말 잡생각만 많아진다.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자 우울증상담 문자를 괜히 보내는게 아닌거 같다.


5월 13일

고립감으로 부터의 정신승리중

점심먹을때는 '맛있는 녀석들'과 같이 밥을 먹고(?)

저녁먹을때는 아이유와 황자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가 연기자들의 연기톤은 아니면서도

드라마에 너무 잘스며든 모습이 기억나서

예전에 방영되었던 '보보경심 려'를 보고 있다.

처음엔 순정만화내용인가 싶었는데 드라마 중반부가 지나면서

정치 파국과 사랑 사이를 연기해나가는

진지한 내용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RUN BTS X 나PD 출장십오야 영상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vxvCiVWXJ4

 
 
 

5월14일

온도 재는걸 깜빡! 문자가 날아왔다.

매일 반복되다보니 그날이 그날 같고

아까 한 줄 알았나보다.

폰에다 알람맞춰놔야겠다. 온도체크 시간!

베란다에 쓰레기가 쌓여간다...

4일만 지나면 4일만...

18일 격리해제되면 쓰레기 부터 버려야지!

재택근무도 적응 되어갈 무렵 사람들이랑 대화를 못하니까

말을 하도 안했더니 아....아.아.

목이 잠긴다

쪽지가 날라왔다...

동기중에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한 녀석이

'나도 언니처럼 재택 근무하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ㅠ ㅜ'

하긴 이세상 모든일이 일이 힘들다기보단 사람 간에 감정이 힘든건데...

것도 신입이면 일을 혼나면서 배워야하고 눈치봐야할 시기 집에서

쪽지로 혼나고 쪽지로 지적받고 일배우는게 감정적으로 더 나은지도 나는 행운아였는지도...

아 누가 너 괴롭히냐고 나빴다고 내가 마음속으로(?) 혼구녕을 내주겠다고

온갖 칭찬과 가능성을 더하여 너는 할 수 있다고 위로해주는

장~문의 카톡을 보내주는 것밖에 해줄 수 없었다.


5월 15일

똑같은 하루


5월 16일

2주간 3kg이 늘다

후회해야하는 건가...

아니다....어차피 늘 수 밖에 없는 살이다.

다들 나처럼 음성인데 집에 갇혀있는 거면

먹을 낙이라도 갖고 집에서 즐겁게 먹고 잘 버텨야한다

맛있는거 제대로 해 먹기를

안그럼 우울해진다.

잘먹으면서 유튜브로 집에서 운동하는영상 많으니까

그거 따라하면 된다.


5월 17일

똑같은 하루


5월 18일(자가격리 해제 날!) 오후 1시

몰랐다가 내일은 부처님오신날이란걸 퇴근즈음에

동료가 쪽지를 날려서 알겠됬다!

'엄훠 내일 쉬는날이었어여???!!!'

드디어 드디어!!!

자택근무가 끝나고

해가 지고

멸균소독제를 촥촥 쓰레기에 뿌려주고

양손가득 쓰레기를 들고 버리러 나왔다

밤공기와 바람이 느껴진다.

ㅎ 이것이 자유라는 건가.ㅋ

출소한 느낌이 이런건가...;;;

고작 2주 집에갇혀 있었을 뿐인데도 기분이 이렇다ㅋㅋㅋ

괜히

동네 고깃집들 상점들이 즐비한 길가로 일부러 빙돌았다.

여전히 고깃집엔 사람이 많다.

흠...

동전노래방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이 고생을 또....할 순 없다!

나의 폐는 소중하니까...이런 병에 지출될 엄청난 세금과,공무원님들과 간호사님들의 개고생을 생각하며

온갖 생각으로 유혹을 뿌리치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슈퍼에 들러 마트광어회와 상추,상큼한 골드키위를 사서

오랜만에 싱싱한 것들(?)을 먹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며....

2주 후에 격리해제 되면 하고 싶은일도 생각해보고.

2주 후 내가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보공 계획도 생각해보시공

좋은 영화를 아주 많이 보고 블로그에 감상평도 올려보공

맛있는거 해먹기 안해보던 요리도전도 해보공

책 몇권읽기 목표를 갖던가

결벽증 환자처럼 청소에 집중해본다던가....

뭔가 2주후에 뿌듯할 뭔가 한가지 목표를 갖고 실행해보셨음 좋겠습니다

우울해지지 않을 정도로 뭔가에 몰입한다던지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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